
고1 첫 시험을 끝낸 학생들이 왜 2학년 학생들보다 더 불안해할까요? 제가 지도하는 학생들도 4월 30일을 기점으로 1차 고사가 마무리되는데, 유독 고1 학생들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상담을 해보니 공통된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뀐 내신 제도, 그리고 고교학점제라는 낯선 구조 앞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5등급제와 내신관리, 숫자만 바뀐 게 아닙니다.
2025학년도 고1부터 내신 평가 체계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전환되었습니다. 5등급제란 기존에 9단계로 나뉘던 성적 구간을 5단계로 압축한 방식으로, 같은 등급 안에 더 많은 학생이 포함되는 구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학생들은 오히려 "같은 1등급 안에 더 많은 애들이 들어오니까 변별력이 없어지는 거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냈습니다. 이 불안이 아예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내신 등급이 당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전형이고,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내신 성적이 중요한 정량 지표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여기서 학생부교과전형이란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 전형을 말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뿐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그렇다고 1등급을 놓쳤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입니다. 대입은 결국 상대평가 구조 안에서 움직이고, 전형마다 반영하는 요소가 다릅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전형도 있고, 면접이나 서류로 역전이 가능한 전형도 있습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란 수시 전형 합격을 위해 수능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내신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 처리됩니다. 제 경험상 내신이 다소 낮더라도 수능최저를 충족하면 합격하는 케이스를 여러 번 봤습니다. 1학년 성적이 흔들렸다면, 2·3학년에서 만회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2029학년도 대입이 적용되는 현 고1 학생들이 유념해야 할 핵심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신 평가 5등급제 전면 도입 (기존 9등급제에서 전환)
-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 (출석률 3분의 2 이상 + 학업 성취율 40% 이상 충족 시 이수 인정)
- 통합형 수능 체제 적용 (2028학년도부터 선택과목 폐지, 공통과목으로만 수능 시행)
이 세 가지 변화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맞물려 있습니다. 수능이 통합형으로 바뀐다는 것은 특정 선택과목의 유불리가 사라지는 대신, 모든 영역을 고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솔직히 이건 제 예상보다 학생들에게 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잘하는 과목 하나로 버티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이 곧 진로 설계입니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따라 과목을 직접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1학년은 공통과목 위주라 선택의 폭이 좁지만, 1학기가 끝나기 전에 2학년 선택과목 신청을 해야 합니다. 제가 지도하는 학생들 중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다가 나중에 "왜 그 과목 안 들었냐"라고 후회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봐왔습니다.
서울대는 '전공 연계 과목 선택 안내'를 통해 학과별로 고등학교에서 미리 이수하면 좋은 과목 목록을 공개하고 있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https://www.snu.ac.kr)). 경희대 역시 자연계열 학문 분야별 권장 과목을 안내하는 자료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이 과목을 들어라"가 아니라, "이 학문을 공부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하고 그 역량은 어떤 과목으로 기를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제가 상담한 학생들 중 일부는 진로와 무관하게 "상위권이 덜 몰릴 것 같은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가 진로 탐구에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내신 등급 관리를 위한 전략적 과목 선택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사교육 컨설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일부 학생은 "이럴 거면 그냥 자퇴하고 검정고시가 낫겠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제도의 설계 의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상담을 통해 반복해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도 방향을 잡는 방법은 있습니다. 세부 전공까지 확정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인문계열인지 자연계열인지, 더 나아가 공학계열·보건계열·어문계열 정도의 계열 수준으로는 좁혀 놓아야 과목 선택과 교내 활동 방향이 일관성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올해 4월 말 각 대학이 발표하는 2028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을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이 어떤 전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 두면, 과목 선택의 근거가 생깁니다([출처: 교육부](https://www.moe.go.kr)).
최소 성취 수준 보장지도, 즉 현장에서 '최성보'라고 부르는 제도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최성보란 출석률이나 학업 성취율이 이수 기준에 미치지 못할 위기에 있는 학생을 위해 학기 중 예방지도와 방학 중 보충지도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낙제 탈락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이수를 돕기 위한 안전망에 가깝습니다.
고교학점제 아래서 길을 잃은 느낌이 든다면, 일단 지금 다니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제도가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결국 자신이 왜 이 과목을 선택했는지를 말할 수 있는 학생이 유리한 구조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불안함보다는 방향 설정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개별 학교의 교육과정과 대입 전형은 반드시 각 학교 및 대학의 공식 발표 자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