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30일을 기준으로 대다수 고등학교에서 1학기 1차 지필고사, 즉 중간고사가 마무리됐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처음 치르는 시험인 만큼, 성적을 확인한 학부모님들은 복잡한 심리 상태를 겪으십니다. 간혹 만족스러움이나 대견스러움을 느끼는 분들도 있으시지만, 부모님들의 기대 심리상 안타까움, 놀라움, 의구심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겪으시는 경우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어떤 점수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지금부터 어떻게 움직이느냐?’입니다.
참다운 시작 - 중간고사 직후의 수행 평가
일단 시험 일정이 마무리되면 학생들은 대개 긴장이 풀리는 상태가 됩니다. 5월에는 휴일이 상대적으로 많고 수련회나 체험학습, 체육대회 등 학사 일정이 집중된 학교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간고사 이후 발표 과제, 소논문형 프로젝트 등 학생들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학교 일정이 오히려 더 빡빡해지는 경우도 흔한데, 무엇보다도 수행평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여기에서 말씀드린 ‘수행 평가’란 통상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로 부르는 지필고사와는 별도로 진행되는 과정 중심 평가를 의미합니다. 보고서, 발표, 실험, 포트폴리오 등으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며, 내신 성적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학교나 과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기도 교육지원청에서 <2026학년도 중·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통해 수행 평가 반영 비율을 30% 수준으로 조정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수행 평가의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수행 평가는 흔히 학종이라는 약칭으로 통용되는 ‘학생부종합전형’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마땅합니다. ‘학종’은 성적 외에도 학교생활기록부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대입 전형인 까닭에 수행 평가를 통해 드러나는 탐구 과정이나 발표 내용이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에 기재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는 현행 입시에서 수험생이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세특 기록 하나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어내는 사례를 입시 현장에서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그러면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순서대로 몇 가지로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행 평가 일정과 평가 기준을 학기 초 공개되는 과목별 평가 계획서에서 확인하기
- 탐구 주제는 교과 내용과 학생의 관심 분야를 연결해서 선택하기
- 독서 활동은 유명한 책 보다 학생이 진짜 흥미를 느끼는 분야로 선택하기
- 수행 평가 준비는 제출 기한을 역산해서 최소 2주 전부터 시작하기
직접 시도해 보고 효과를 확인한 방법이기에, 특히 개인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부분은 독서 활동을 관심 분야와 연결하라는 점입니다. 예컨대 잘 알려진 고전 문학이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필독 도서 목록에 포함된 책을 골라 억지로 읽히는 것보다, 학생이 스스로 고른 책을 읽는 데서 지적으로 더욱 성장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실제로 유명 국립대학교에서 필독도서 목록을 발표하자 중고교생들에게 앞다투어 읽히기도 했지만, 해당 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의 독서 체험 기록을 확인해 보면 전공 분야의 전문적인 책을 읽은 수험생보다 폭넓은 책을 선택해서 읽은 수험생들이 입학사정관들에게 선택받은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첫 시험 결과보다 중요한 학습습관의 뿌리
고1 첫 시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이미 늦었다고 보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고 봅니다. 고등학교 내신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를 합산하여 결정되는 구조이며 첫 중간고사 성적 하나만으로 내신 성적 전체의 흐름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제가 직접 관찰해 온 바로는, 고교 진학 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가 기말고사에서 큰 폭으로 성적을 올린 학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학생들의 공통점은 ‘왜 이걸 공부하는지’를 스스로 인식하고 ‘몰아서 한 번에 하는 공부’ 대신 꾸준히 공부하는 자신만의 학습 리듬을 견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학습 목표의 설정과 학습 과정의 조정, 그리고 결과의 점검에 이르기까지 해 나가는 과정이기에 단순히 “혼자 공부한다.”라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학원에 다니면서도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사례나 혼자 공부해도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사례가 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육부 발표 자료([출처: 교육부](https://www.moe.go.kr))에서도 자기주도학습 역량이 높은 학생일수록 학업 성취도의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비록 현재 점수가 낮더라도, 공부하는 방식을 바꾸면 결과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수면과 컨디션 관리도 학습 효율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수면이 부족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새로 배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에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밤을 새워 가며 졸음을 참고 공부하는 무리한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신 전체를 결정하는 회복력
고등학교 내신은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데, 한두 번의 시험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회복력(Resilience)이 3년 내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이 학업과 관련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감수성’도 필요하지만, 실패나 어려움을 겪어도 무너지지 않고 다음 시험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 탄력성 역시 필요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출처: 한국교육개발원](https://www.kedi.re.kr))에 따르면,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은 실패를 경험한 이후 빠른 심리적 회복을 보이는 공통적인 특성을 보였습니다. 이는 점수 자체를 고착된 결과로 인식하기보다는 그 점수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으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의미입니다.
2024년에 고려대에 합격한 학생이 어머니께 보낸 문자 메시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 나 합격했어.”라고 시작해서 “항상 날 믿어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마무리하는 내용이었는데, 저는 그 메시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녀가 스스로 페이스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이 학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학부모님께 필요한 것은 불안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이번 중간고사를 통해 학교의 출제 스타일과 과목별 공부 방법을 파악하는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고교 1학년 1학기에 자녀들은 이미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행평가 일정을 챙기고, 학습 리듬을 안정시키고, 자녀를 믿는 것. 이 세 가지가 지금 가장 실질적인 내신 관리 전략입니다.
이 글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시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개인적인 경험과 분석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컨설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