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절대평가니까 부담이 덜하겠지. 수학이 문제야, 수학이.”
학생과 학부모님을 만나면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영어는 90점을 넘으면 누구나 1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상대평가인 국어나 수학보다 준비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제 결과를 보면 그렇게 마음을 놓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에 따라 성취도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데다, 시험마다 난이도까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서울 22.3%, 다른 지역은 8.5%
하늘교육이 제시한 2026학년도 수능 고3 재학생 자료를 보면, 서울의 영어 2등급 이내 비율은 22.3%였습니다. 반면 8.5%에 그친 지역도 있었습니다.
같은 시험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약 2.6배 차이 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지역별 학교 수업의 질이나 학생 개인의 노력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 구성, 가정의 교육 여건, 사교육 접근성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절대평가라는 제도가 학습 여건과 성취도의 격차까지 없애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같다고 해서, 그 기준에 도달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평가원 시험인데, 1등급 비율은 왜 이렇게 다를까요?
여기에 시험 난이도의 불안정성까지 더해집니다.
옛날 자료까지 뒤질 필요도 없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같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한 영어 시험만 추려 봐도 이렇습니다.
| 시행 시기 | 시험영어 | 1등급 비율 |
| 2025년 6월 | 6월 모의평가 | 19.10% |
| 2025년 9월 | 9월 모의평가 | 4.50% |
| 2025년 11월 | 2026학년도 수능 | 3.11% |
| 2026년 6월 | 6월 모의평가 | 4.13% |
| 2026년 9월 | 9월 모의평가 | 15.54% |
지난해 6월에는 응시자 약 다섯 명 중 한 명이 1등급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수능에서는 약 서른두 명 중 한 명만 1등급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6월에는 4.13%였던 비율이 9월에는 15.54%로 뛰었습니다.
널뛰기도 이런 널뛰기가 없습니다.
이 정도면 묻고 싶습니다.
난이도 조절, 할 줄 아시는 거 맞습니까?
응시 집단이 다르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할까요?
당연히 시험마다 응시 집단은 달라집니다. 졸업생 참여 규모도 다르고, 학생들의 준비 정도도 달라집니다. 1등급 비율의 변화가 전부 출제 난이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평가이므로 매번 일정한 비율의 학생에게 1등급을 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예상하고, 학생들이 준비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난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 역시 출제자의 역할 아닐까요?
평가원은 지난해 수능 채점 결과 발표 당시, 다음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6~10% 내외가 되도록 출제 방향을 계획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제기관 스스로도 난이도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입니다.
학생에게 모의평가는 자신의 위치와 남은 과제를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그런데 6월과 9월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면, 학생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변한 것인지부터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영어 등급으로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갈리는 학생에게 이 문제는 가볍지 않습니다.
그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쪽은 학생입니다
지역별 성취도 격차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습 여건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줍니다. 시험마다 크게 달라지는 1등급 비율은 준비 결과를 예측하는 일마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두 현상의 원인이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부담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옵니다.
영어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지, 국어와 수학에 집중해야 할지. 모의평가에서 받은 등급을 어느 정도 믿어야 할지. 학생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계속 선택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영어는 절대평가니까 괜찮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시험이 어려워져도 확보할 수 있는 점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생에게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하는 만큼, 출제기관에도 예측 가능한 시험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에게는 꾸준함을 요구하면서
김병현의 일화로 알려진 말이 떠오릅니다.
“얘네 야구 잘 못해요.”
최근 방송에서도 동료 선수가 당시 발언을 언급했고, 김병현은 어릴 때의 치기였다고 돌아봤습니다.
그 말을 빌리자면, 요즘 영어 시험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얘네, 난이도 조절 잘 못해…….
학생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실력과 꾸준한 공부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출제기관에도 그에 걸맞은 일관성과 책임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