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권오중 씨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든, 아이를 기르는 아버지의 입장에서든 한동안 멍했습니다. 아들이 1년 동안 다섯 명에게 집단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아버지는 오히려 아들을 야단쳤다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저도 처음엔 학교폭력 문제를 뉴스 속 이야기로만 여겼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접하다 보니 '처벌이 얼마나 실질적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학폭 처분, 대입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2025~2026학년도 입시부터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대학 입시에서 사실상 합격을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이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내리는 공식 처분을 말합니다. 학폭위란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운영하는 위원회로, 사안의 경중에 따라 1호부터 9호까지 단계별로 처분을 결정합니다.
처분의 수위에 따라 대입에서 받는 불이익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그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 학폭 처분 | 내용 | 대입 영향 |
| 1~3호 | 서면사과·접촉금지·학교봉사 | 10점 감점 |
| 4~7호 | 사회봉사·출석정지·학급교체 | 50점 감점 |
| 8~9호 | 전학·퇴학 | 150점 감점 |
이 감점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서울 주요 11개 대학에서 학폭 가해 전력으로 감점된 수험생 151명 중 150명, 즉 99%가 최종 불합격 처리되었습니다. 경북대학교는 2026학년도 수시에서 학폭 조치사항이 반영된 수험생 28명 전원이 탈락했고, KAIST 역시 같은 학년도 수시에서 감점 대상 12명 전원이 고배를 마셨습니다([출처: 한겨레](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56635.html)).
수시 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라는 제도가 핵심 통로로 활용됩니다. 학종이란 내신 성적만이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 방식으로, 학폭 조치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되면 그 자체로 치명적인 감점 요인이 됩니다. 즉, 수능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학생부에 학폭 기록이 남아 있으면 합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제가 주목한 부분이 있습니다. 권오중 씨 인터뷰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가해 학생이 스스로 전학을 선택해 학적부에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른바 자진 전학은 학폭위의 공식 처분인 8호(전학)와 달리, 학교생활기록부에 조치사항이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 경험상 이런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도 종종 들었습니다. 처벌 강화를 논하기에 앞서, 이런 회피 경로부터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학폭 가해자 대입 불이익, 통쾌함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해 학생의 대입 불이익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꽤 통쾌하다고 느꼈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 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수년간 심리적 외상을 안고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졸업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회에 나오는 구조가 불공정하다는 공감대가 그 드라마의 인기를 뒷받침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의문도 들었습니다. 가해자의 대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일인가 하는 점입니다. 배우 권오중 씨 아들의 사례처럼, 피해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남은 가해 학생들은 반만 바꿔주는 조치에 그쳤고, 오히려 피해 학생에게 “너 경찰에 신고된다”며 압박을 가했다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처벌 이후에도 피해 학생이 계속 불안 속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심리상담, 일시보호, 치료 지원 같은 피해 학생 보호 조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법 조항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특히 학폭 이후 주변의 무관심이나 보복성 언행으로 이어지는 ‘2차 피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피해자 회복 지원 없이는 반쪽짜리 대책일 뿐
2차 피해란 최초 폭력 이후에도 피해 학생이 추가적인 고통을 겪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사건 축소, 주변 학생들의 따돌림, 가해 학생 측의 협박이나 압박 등이 대표적입니다. 권오중 씨 사례에서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에게 “가까이 가지 마, 너 신고당한다”라고 말한 것도 전형적인 2차 피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2023년 이후 학폭 피해 학생 전담 지원관 제도를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역별 지원 격차와 접근성 부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피해 학생이 실제로 보호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결국 학폭 문제는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회복 지원이 함께 강화되어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의 대입 불이익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피해 학생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얼마나 강하게 처벌할 것인가”뿐 아니라, 피해 학생이 폭력 이후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촘촘한 지원 체계를 만드는 데에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