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37개 약대, 총 모집인원 1,700~1,800명.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전부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의대 열풍에 가려져 있지만, 약대 경쟁률은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고, 2027학년도는 정시 확대와 학종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전략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수시 60%, 정시 40% — 숫자보다 중요한 건 구조다.
2027학년도 기준으로 약대 전체 모집에서 수시가 약 60~65%, 정시가 약 35~40%를 차지합니다. 의대와 비교하면 정시 비율이 낮아 보이지만, 지원자 자체가 자연계 최상위권으로 쏠려 있어 정시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여기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란 수시 전형에 지원했더라도 수능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만 최종 합격이 인정되는 조건을 말합니다. 학생부교과 전형에서는 교과 성적 100%로 1차 선발을 하더라도, 수능에서 2~3개 영역 합산 6~7등급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 처리됩니다. 사실상 수시 지원자도 수능 준비를 놓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아는 지인의 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도권 명문 국제고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 학부에 재학 중이던, 누가 봐도 상위권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약대 재도전 2년 만에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사례가 저에게는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약대 입시의 벽이 얼마나 높은 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데이터처럼 느껴졌습니다.
핵심 전형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학생부교과: 전체 모집의 약 20~30%, 교과 100% + 수능최저 충족 필수
- 학생부종합(학종): 전체 모집의 약 30~40%, 서류+면접 2단계 구조
- 정시(수능): 전체 모집의 약 35~40%, 수능 100% 반영
학생부종합 전형, 생기부 질이 전부다.
학종, 즉 학생부종합 전형(學生部綜合 銓衡)은 내신 성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학교생활기록부 전반을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학생부종합 전형이란 교과 성적 외에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동아리 활동, 수상 내역 등을 통해 학생의 전공 적합성과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보는 전형을 의미합니다.
2027학년도에는 일부 대학에서 2단계 면접 비중이 상승하거나 단계별 비율이 변경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생부 종합은 서류 70%에 면접 30%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학마다 서류 60%+면접 40%로 면접 비중을 높인 곳도 늘고 있어서 단순히 생기부만 좋다고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부 종합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이 생활기록부에서 나만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는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학 관련 실험 경험, 화학·생명과학 과목의 탐구 주제 등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연결된 스토리로 구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간과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전공 적합성(專攻 適合性)이란 지원 학과와 학생의 관심·활동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약학의 경우 화학,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한 탐구 활동과 의료·제약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기부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상 등급컷 — 상위권·중상위권·지방 거점대별로 다르다.
약대 입시에서 등급컷(等級 Cut)이란 특정 대학·전형에서 합격자들의 내신 또는 수능 등급이 어느 정도의 선에서 형성되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을 말합니다.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지원 전략을 짤 때 현실적인 목표 설정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상위권 약대의 경우 학생부교과 전형 기준으로 내신 1.0~1.3등급 수준이 실질 경쟁선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정시는 수능 백분위 기준으로 국어·수학·탐구 합산 상위 1~3% 내외가 기준입니다. 솔직히 이 수치를 보면 저도 숨이 막힙니다. 일반 최상위권이라는 1~2등급도 쉽지 않은데, 그 안에서 또 선별이 이뤄지는 구조니까요.
경희대, 이화여대, 아주대, 인하대 등 중상위권 약대는 내신 1.3~1.7등급 수준에서 경쟁이 형성됩니다. 정시의 경우 수능 상위 3~7% 수준입니다. 이 그룹은 수능 최저를 충족하는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내신이 조금 부족해도 수능 실전에서 역전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역전의 폭이 생각보다 좁다고 봅니다.
충남대, 전북대, 부산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는 지역인재 전형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지역인재 전형이란 해당 지역 소재 고등학교 졸업자에게 일정 모집 인원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비수도권 학생에게 실질적인 유리함을 제공합니다. 내신 1.5~2.0등급 수준에서도 합격 가능성이 열려 있어, 거주 지역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지방 약대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은 일부 대학에서 4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https://www.kcue.or.kr))
2027 약대 입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수능에서 약대 입시를 좌우하는 과목은 수학(미적분 또는 기하)과 과학탐구 2과목입니다. 여기서 '과학탐구 2과목'이란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물리학Ⅰ·Ⅱ 중 2개를 선택해 응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약대 지망생 대부분은 화학과 생명과학 조합을 선택합니다. 이 두 과목의 등급이 수능 총점에서 차지하는 실질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지원 대학별 수능 최저 기준을 미리 확인하고 역산해서 수능 목표 등급을 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2027학년도 주요 대학의 입시요강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 어디가](https://www.adiga.kr)).
아울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정시와 수시를 처음부터 분리해서 생각하는 전략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봅니다. 약대 입시에서는 수시 6장을 쓰면서도 수능을 최상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고, 반대로 정시를 주력으로 잡더라도 내신 관리를 포기하면 수시에서 추가 기회를 잃게 됩니다. 두 트랙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약대 입시는 한두 가지 요소가 아니라 교과, 비교과, 수능, 면접이 동시에 맞물리는 복합 구조라는 점입니다. 전략 없이 열심히만 해서는, 명문대 재학생도 2년을 쏟아 붓고 돌아서야 했던 그 길을 걷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지원 전략은 반드시 담당 선생님이나 입시 전문가와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